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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책

책 [검은꽃] 리뷰

by S나라라2 2021.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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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저자: 김영하

출판사: 문학 동네

 

친구 추천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처음으로! 드디어! 읽어본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기대에 들떠서 시작할 수 있었다.

 

책의 시대적 배경은 일단 1900년대 일제의 탄압이 있던 시기이다.

조선인들이 사탕발림에 속아서 식민회사를 통해 멕시코로 팔려나가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소재가 최근에 읽었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책과 유사했다. 

위 책은 같은 시기에 하와이로 팔려나간 이야기였다.

 

소재가 소재니만큼 초반에는 읽으면서 책 속의 인물들에 감정이 이입되어 그 현실이 답답하고 서럽고 슬프고 비참했다.

멕시코로 향하는 기선에서의 더럽고 비좁고 비위생적인 환경과 도착해서는 가축만도 못한 처우에 가슴이 먹먹했다.

물론 소설이지만 현실에 기반한 내용이기에 과거에 이런 유사한 경험을 겪었을 꺼란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현재 내 환경에 감사함을 느꼈다. 

지금도 지구 한편에서는 내전이 끊임없고 농장에서 노예 취급을 받으며 막노동을 하고 있을테니...

자신의 나라를 직접 선택한 사람은 없는데 참 인생은 시작부터 불공평한 것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이야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설명되고 있진 않았다. 

같은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서 서로 다른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의 소설을 좋아한다. 

이게 더 우리 인생과 닮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인칭 관점에서 보면 내가 주인공이고 주변 사람들은 나의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주는 제 3자일뿐이지만,

실제로는 그 주변 사람들도 각자의 이야기와 생각이 있기에 발생한 행동이랄까...

모두 입체적인 인물들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준다는 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삶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소설은 항상 재밌게 다가온다.

 

멕시코로 향한 조선인은 1000명 남짓이었고, 그 계급들은 다양했다.

군인, 왕족의 피가 흐르는 양반, 도둑, 신부, 무당, 내시 등

그리고 그 각자들은 모두 자기의 가치관에 따라 행동한다. 

같은 상황에 있더라도 누군가는 이상적인 국가 설립을 꿈꾸고, 누군가는 첫사랑에 온 마음이 빼앗겨 있고, 누군가는 

각자의 욕구가

 

김영하 작가의 묘사력이 너무 좋았다. 소설의 몰입도를 향상시켜줬다. 

김영하 작가의 묘사방법은 시각적으로 설명한다기 보다는 그 상황에 내가 있다면 느꼈을 법한 분위기적 묘사를 잘한다는 것이다.

유사 경험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묘사랄까

그리고 '선택과 집중'을 너무 잘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독자가 궁금해하지 않을법한 내용은 과감하게 삭제하고 화자가 말하고 싶은 주제에 대해선 매우 세심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그래서 더욱 다음 이야기 흐름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고 박진감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냥 재밌었다!ㅋㅋㅋㅋㅋ재밌었던 이유를 아주 다양하게 풀고 있다 나는! ㅋㅋㅋㅋ

하나 더 있는데, 결론을 정해두고 그리지 않은 소설같았다. 

몇몇 소설들을 보면 작가가 이미 사건의 기승전결을 정해두고 그려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소설들은 다음 얘기나 전하고자 하는 말이 예측이 가서 뻔하고 재미가 없다. 

근데 이 소설은 책 속의 인물들로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이런 신념이 있는 인물이었다면 같은 상황이지만 이렇게 다르게 행동을 했겠지? 하며 적어 내려가는 것 같다. 

그니까 이미 존재하는 사람마냥 상세하게 인물을 구상해놓고,

그 인물을 이 곳에 놓았을 때 취했을 법한 행동을 상상하며 이야기가 흘러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 인물에 대한 몰입도가 깨지지 않고 하나의 사람으로서 빠져들 수 있으니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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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퀴하고 시큼한 냄새 풍기는 선실에 하루종일 처박혀 있는 것보다는 활기찬 지옥이 훨씬 나았다. 좁은 공간에서 어깨를 부딪치며 일하는 남자들만의 세계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욕지거리를 해대고 뺨을 때려댔지만 그건 너무도 자연스렁 생활의 일부였다. 그래서 이정은 그들에게 머리를 쥐어박힐 때마다 그들의 세계 속에 조금씩 받아들여지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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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의 육체가 아무런 장막도 없이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된다는 있었다. 시선은 말을 걸어오지도, 친절하게 웃어주지도 않았다. 아니 웃음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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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길은 그런 감상적 태도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구의 죄인지 따져 무엇하자는 건가. 어찌됐든 멕시코 땅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향수 때문에 잊어버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선에서라고 먹고 잘살았던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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